나는 기로에 서 있음이라.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5/04 12:24

때아니게 「우부메의 여름」이 읽고 싶어 방바닥을 벅벅 긁으며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우우우, 좋다구요. 음침한 것도 음울한 것도 피비린내 나는 것도 다 좋단 말입니다. 오 예! (왜 이렇게 하이텐션이야? ;;;)

자, 깔끔하게 잘 됐다는 이따시만하게 두툼한 번역본을 사다 잘 읽고 나중에 원판에서 뭐라뭐라 하는지 궁금하여 온 몸을 비비 틀다 덥석 사 버리는 이중고를 범할 것이냐, 처음부터 사람 하나 때려잡기 딱 좋다는 평판의 원판 사다가 터무니없이 떨어지는 가독성과 뭔지도 모를 용어들에 깔려 낑낑대며 읽을 것이냐. To be or not to be, that is a question!!
(서두에 쫙 깔아놓은 고문 따위 보기만 해도 골이 빠질 것 같다구요. 젠장, 대학에서 일본어 들을 때 제일 싫었던 게 고문이었단 말이다! 한국어 고문도 해독을 못하는데 일본어 고문이 웬 말이냐!! 작가는 각성하라 우워어어어어어)
(아니, 일본 네이티브인 작가한테 그딴 소리 해봤자....;)

제 자신을 좀 잘 알죠. 필시 (순서야 어찌 됐건) 원판과 번역본 둘 다 살 겁니다. 암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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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여 호랑이여.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3/13 18:34

한 줄 감상 : 몽테 크리스토 백작 SF판이라는 말에 속지 않고, 또 백작님과 같은 미중년의 화신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


그런데 백작님이 빠지신 몽테 크리스토 백작의 가치는!?


"없죠."
"그게 문제야!!"


아니, 재미는 있습니다 재미는.
다만,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라더니 댄디하신 백작님이 없는 것이 감점 요인. (그럼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라고 하들 말던가!)
주인공의 매력이 어째 좀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감점 요인. (처음에 인상을 너무 망친 데다, 보가 호에 대한 복수심으로 빠릿빠릿해진 광경을 볼작시니 드는 생각이라고는 '그럼 지난 5개월간은 대체 뭘 했더냐 인간아 -_-' 뿐;)
주인공의 변화가 자못 괴물변심급이라는 것도 감점 요인.

그래도 막판의 타이포그래피는 압권이었습니다.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2년 전쯤 한밤중에 지독하게 angst한 어느 세이야 팬픽을 넋 놓고 탐독하다 예고도 없이 시커먼 배경에 폰트 7짜리 시뻘건 글자로 찢어지는 비명만 넉 페이지 분량을 널어놓는 테러를 당하고 정신이 반 나가버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와 흡사하게 읽다가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이게 어떻게 영상으로 재해석될지 걱정되면서도 굉장히 기대됩니다.


아무튼 「암굴왕」의 원작은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어서 다행이라는 것이 결론입니다.
어차피 헐리우드에서 돈 발라가며 여얼심히 화면에 옮기고 있을 거, 포일을 한 개 더 보느니 세상에 훌륭한 미중년을 하나 더 안겨주는 편이 S로서는 훨-씬 기쁘고 말이죠.


P.S. 어디까지나 뼛속까지 오지콘 근성으로 떡칠된 여자의 개인적 감상입니다. (필살 발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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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h, he is a kind of sweetheart I never wanna meet.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3/10 10:25

제목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

요 며칠간 S가 눈에 불을 켜고 콧김을 씩씩 뿜으며 지름의 화신이 되어 미친 듯이 손에 거머쥔 새로운 포로들의 명단입니다.
후후후, 어서 와요 달링즈.

◈ 리틀 시스터 (레이몬드 챈들러)
◈ 빼앗긴 자들 (어슐러 K. 르 귄)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3 (더글러스 애덤스)
◈ 로마인 이야기 13 (시오노 나나미)
◈ 타이거! 타이거! (알프레드 베스터)
◈ 갓챠가챠(ガッチャガチャ) 5 (다치바나 유타카)

덤으로 62퍼센트 절찬 할인 중인 「잉글리쉬 페이션트」 DVD도 홧김에(?) 질러 행복 가득 가슴 뿌듯의 하루하루입니다. 아아, 천국이 저기에.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숨가쁜 여정을 지속해 온 로마인 이야기도 앞으로 두 권 남았습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위대한 개인이 사라진 후로 한동안 김이 좀 빠진 감이 없지 않았지만, 바야흐로 때는 로마 제국의 쇠망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국이 번영의 막을 내리고 역사 속으로 조용히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흥취겠지요. 줄곧 동참했던 여정이 마무리되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려 합니다.
어찌 됐건 S의 로마인 이야기 마음 속 베스트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필자의 한 인물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구석부터 구석까지 철철 넘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편일 겁니다. 시오노 상에게 세뇌당하고 카이사르 님에게 홀딱 반한 후유증이 뼛골까지 푸욱 박혀서, 지금도 카이사르 님을 까대는 글이 눈에 좀 들어올라 치면 진위와 정당성 여부는 다 차치하고 벌컥 화부터 난다지요;
히치하이커 시리즈는 풍요롭고 아름답고 단아한 글로 S의 스토킹 목록에 새로이 등단하는 우를 범하신(뒤집어 씌우기) 문유 님의 번역임에 벌써부터 두근거리고, 챈들러의 위대함이야 뭐 S가 예서 구구절절이 논할 필요도 없겠고, 「바람의 열두 방향」 이후로 르 귄 여사님의 옷자락은 고사하고 그림자 끄트머리에라도 철꺼덕 들러붙어 있기로 굳게 마음 먹은 차. 하마터면 GONZO의 용두사미 징크스를 박살내 줄 기대의 화제작 「암굴왕」의 원작이 될 뻔했다는 SF판 몽테 크리스토 백작 베스터의 「타이거! 타이거!」도 손에 잡을 날이 고대됩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그리고 덤으로 갓챠가챠(= 뒤죽박죽 로맨스)에 대해서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모, 모토코오오오오오오오오오!!!!!!!! (바트 風)

얘야, 언니한테 시집오지 않으련...? (하아하아)

"............."
"뭐냐 그... 애를 죽인 범인 앞에 선 엄마를 연상케 하는 표정은;;;"
"아무 것도?"
"(거짓말!! 등 뒤에 번쩍거리는 걸 숨겼잖아 지금!!! ;;;)"

이대로 백합! 백합! 백합 일직노선!! 카나코×모토코(오타 아님)!!! 다치바나 선생님 플리즈!!
야베가 카나코 언니와 눈이 맞는다던가 모토코가 회장놈과 된다거나 하는 천인공노할 사태가 벌어지면 이 책 찢고 그 길로 현해탄 건넙니다. 작가를 파묻고 콘크리트로 발라 버릴 거예요오오옷
(.....상당히 진심 맞습니다)

S가 느낀 모든 것은 새하君 님(뒤죽박죽 로맨스(갓챠갓챠) 5권 대 폭주)께서 대변해 주고 계십니다. 가서 읽으십시오. 그리고 모두 함께 '취미는다리감상귀여운소녀는세상의보배주먹질은기본발길질은선택어육소시지중독옷만바꾸면초절미소년'의 폭력미소녀오야지(....) 카구라자카 모토코의 포로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 (<- 착란 중)



오늘의 교훈 : 착한 어린이는 제정신이 아닐 때 포스팅을 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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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을까나?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3/06 23:55


그러던 중 어느 목요일, 그러니까 한 남자가 기분 전환도 할 겸 이제는 사람들끼리 좀 잘해주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는 이유로 나무에 못 박힌 지 약 이천 년의 세월이 흐른 뒤의 어느 목요일, 한 여자가 영국 릭맨스워스라는 마을의 조그만 카페에 혼자 앉아 있다가 이 오랜 세월 내내 무엇이 잘못되고 있었는지를 문득 깨달았다.
-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그러니 네가 할 말이라고는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이것뿐이다. 겨우 그것 때문에 당신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예언자를 보내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제 사람들이 예언자들의 말을 들을 때는 지났다. 이제는 좀 더 강한 처방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 하느님의 아들을 십자가에 매다는 것처럼요? 그래, 안 될 것도 없지 않느냐?
- 주제 사라마구, 「예수의 제 2 복음」 中

I'd wanna know, I'd wanna know my God,
I'd wanna see, I'd wanna see my God,
WHY I SHOULD DIE?
- Jesus Christ Superstar, 「Gethsemane(I Only Want to Know)」 中

마태오, 마르코, 루가, 요한은 뛰어난 재담꾼들로, 언제 어디에서 만나 한 판 붙어 보기로 한다. 한 인물을 설정하고 몇 가지 기본적인 사실에 합의한 다음, 각자 그 합의된 것으로 마음대로 이야기를 꾸미고, 나중에 만나 누가 잘 꾸몄는지 겨루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씌어진 글이 평론가로 행세하는 몇몇 친구들 손아귀로 들어가게 돼. 평론가들은 평론하겠지. 마태오는 상당히 사실적이지만 메시아 사업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마르코도 나쁘지는 않지만 다소 감상적이다... 루가가 적당한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요한은 지나치게 철학적이다... 이런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 네 권의 책은 상당히 매력 있는 것이어서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게 된다. 네 저자가 이걸 알았을 때는 때늦은 뒤... 바울은 벌써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 그리스도를 만난 뒤였고, 플리니우스는 근심에 잠긴 황제의 명을 받아 조사를 시작하고.... 4인조의 줄거리를 가지고 무수한 위작가(僞作家)들은 아는 체하면서 써대고...
- 움베르토 에코, 「푸코의 진자」 中

우리 두 사람보다 먼저 앞서의 탐구를 행한 무수한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역사적 예수를 찾는다는 것이 헛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온 시대를 통틀어 하나님의 유일한 성육신이었다고 일컬어지는 한 인간의 역사적 존재에 대한 실질적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정말 우리에게는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있는가?
- 티모시 프리크 & 피터 갠디, 「예수는 神話다」 中


어어 취향 다 뽀록난다.

.....S가 다닌 고등학교는 골수 카톨릭 신자가 교장으로 앉은 미션 스쿨이었습니다.
꼬박 3년을 원하지도 않았던 미션 스쿨에 다니면서 원하지도 않는 예배에 강제로 출석하고 원하지도 않는 성경 수업을 오로지 시험 점수 때문에 억지로 들은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이라면 탓이겠으나 아무튼 S는 그게 무엇이든 기독교의 엄숙하고 딱딱한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유난히 좋아합니다. (오해 마십시오, 기독교 자체에는 아무런 유감도 없습니다. 지하철 차량 한 칸에 40분이나 죽치고 서서 예수 불신 유황 지옥을 외쳐대는 인간들이 살떨리게 싫을 뿐입니다-_-)
아니, 예수가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신화면 어떻고 입심 좋은 이야기꾼들의 동인지면 어떠며 십자가에 못박혀 죽기 싫다고 아버지 하느님께 박박 대드는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예수면 어떻습니까? 막달라 마리아와 통정해서 애를 낳으면 왜 안 됩니까? 듀나 님께서 정곡을 찌르셨다시피 진정으로 신성하고 성스러운 것이라면 우리 땅 위의 하찮은 인간들이 몇 마디 좀 씨부렁댄다고 흠집 하나 나겠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도그마」도 봐야 하는데;) 오히려 저렇게 별별 말이 다 돌고 별별 소리가 다 나오는 것은 무수한 사람들이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색하고 파헤치고 열중한다는 반증이 아닙니까. 관리인이 천학(淺學)이라 그렇다고 몰아붙이면 할 말 없지만 그게 대체 뭐가 나쁜 건지 S는 통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잠보니스틱스에서 바로 이놈, 오사카벤 성경(!)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


오 인도자시여, 말씀에 따르겠삽나이다!!!


.....질렀습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그놈이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할렐루야!!

아니나다를까, 이놈 진짜 물건입니다.

이 「コテコテ大阪弁訳聖書」는 뭐 대단한 종교적 체험이나 깨달음, 진지함과는 애초에 상관이 없습니다. 한 백만 광년 정도로 떨어져 있다고 보면 딱 맞습니다. 다만, 뜨거운 열정을 지닌 진짜배기 오사카 사나이들이, 표준어 성서가 있다면 일본의 방언을 대표하는 오사카벤으로 못할 게 무어냐, 기왕이면 어려운 성서를 좀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어도 보자는 기특한 취지 하에 만들어낸 타코야키 냄새 물씬한 오사카벤 성경일 따름입니다. 내용은 지극히 원전에 충실하고, 결코 해석이 참신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어를 배워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오사카벤이 어떤 놈입니까. 솔직히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발음과 지극히 독특한 억양(S가 헤이신에서 멀어진 이유는, '헤이지의 오사카벤 때문에 도무지 시리어스를 진지하게 볼 수 없어서'란 설도 있습니다;)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유머 감각이 맞물려, 만담하면 오사카, 오사카하면 만담, 아모리 소우시가 히코이치의 입을 빌려 열변을 토했듯 나니와(難波)의 인간으로서 농담과 쯧코미 한 마디쯤 상비하고 있지 않으면 오사카에 발 붙이고 살 자격도 없는 법입니다!! (과장) 더구나 이 성서는 '인터넷에서 나도는 오사카벤 번역 소프트 따위'와는 애초에 질이 다릅니다 질이. 오사카 혼에 푹 고아진 토박이들의 수작업이니까요.
자, 이쯤 되면 결과물이 짐작이 가시겠지요.

向こう行かんかい、サタンのおっさん。「あんたの主人の神さんに頭を下げて、ひたすら主人に仕えんかい」と、書いたぁやろが。

せやけど、わては言うとくで。Hな思いで他人の女房を見るもんは、誰でも旣に心の中でその女と寝たんとおんなじごっちゃ。

わてに向こうて、「神はん、神はん」と言いよるもんが皆、天の王国ちゅうとこに入れるわけやあらへんのやで。

ええか、耳かっぽじってよう聞けよ。イスラエルの中でも、こいだけの信仰を見たことないで。

天の神はん、できよることやったら、このごつう苦い杯をわてから取り除いてくれまへんやろか。
せやけど、わての願いどおりやのうて、御心のまんまにしてもうてよろしおます。

そこには、律法学者のじじいやら、長老のじじいやらがゴチャゴチャ集まっとったらしいわ。

(해석은 불가합니다. 알아서 이해합시다)

장난하냐!! >_<

유쾌합니다. 쌈박합니다. 웃다가 미칩니다.
타코야키 120%의 오사카벤과 오사카 감각으로 술술 떠들어대는 예수는 별다른 고뇌나 사색 없이도 그 존재 자체로 엄숙함과 딱딱함을 정면으로 때려부수고 있으니 이를 어이하면 좋겠습니까! 자, 딱딱한 성경이 싫으신 여러분, 당장 서점으로 달려갑시다.
(결국 선전이냐!!!)


덧.
天にいたはる、わてらの神はん、あんたはんの名前が崇められますように願ってまっさ。
ほいで、御国がきますように。
あんたはんの思いのままになりますように。
天にあるように地でもよろしゅうに。
わてらの必要な食いもんは、今日ちょうだいできますように。
わてらの至らんとこは勘弁してちょうだい、そんかわり、わてらも他人はんの至らんとこは許しますよって。
ほいで、どうかわてらを誘惑に遭わさんとってちょうだい、悪い奴らから救ってちょうだい。

....주기도문 맞습니다. (데굴데굴)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H양 말마따나 촌구석도 그런 촌구석이 없는 나사렛 출신의 예수가 뭐 올바르고 고운 표준어를 썼겠습니까. 지독한 사투리였겠죠;;


덧 2.
한국기독교협회는 어서 경상도 방언 성경을 내놔라!! 내놔라!! 내놔라――!!!

"어림 반푼어치도 없어요."
"아, 역시? ;;;;"

한국에 이런 유머 감각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무리인 겁니까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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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수확물.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3/01 23:48

◈ 「유혹의 기술 2」 (벳시 프리올뢰)
전작 「유혹의 기술」이 워낙에 훌륭해서 그걸 믿고 배짱 좋게 2도 샀습니다.
이번에는 세상을 매혹했던 여자들의 이야기. 착한 여자가 천국에 가는 동안 어디에라도 쳐들어가는 나쁜 여자들의 스토리입니다.

...나쁜 남자 분석에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음흉한 속마음이 있었다고는 절대 말 못....

◈ 「움베르토 에코 평전」 (다니엘 살바토레 시페르)
「푸코의 진자」를 완독한 후 '시뇨르 에코에게 시집가고 싶어' 병이 재발하여 데굴데굴 구르는 몸으로서 - S는 뼛속까지 철저한 오지콘입니다 - 시뇨르의 사상 체계에 대해서 좀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구입했습니다. (정말로 이해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좀 제껴놓읍시다)
무엇보다 표지도 근사하고, 이런 책은 흔히 찬사가 90퍼센트라 일개 빠순이로서 매우 눈이 즐겁(후략)

◈ 「문장으로 보는 유럽사」 (하마모토 다카시)
본디 좀 상징이니 문장이니 하는 놈들에게 약합니다.

◈ 「남성과 여성의 착각에 관한 잡학사전」 (카린 헤르처 & 크리스티네 볼프룸)

훌륭한 남성 애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아무런 희망도 없는 대부분의 남성과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은 몇몇 남성이 있을 뿐이다. -잉게보르크 바흐만


사실은 이 말에 반해서 샀습니다. (와하하하하하하)

◈ 「죽음에 관한 잡학사전」 (카트야 두벡)
방금 전에 완독. 세상엔 별 괴상한 방식으로 죽는 사람들이 드글드글합니다.

최악의 영화에게 주어지는 골든 라즈베리, 도무지 의미를 알아먹을 수 없는 바보스러운 문장에게 시상되는 리튼 상 등등 아무리 상 받기가 좋아도 가능하면 좀 피해가고 싶은 상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단연 수위라고 해야 할 상이 바로 가장 멍청하고 어이없게 죽거나 자살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다윈 상입니다. 1997년에 명예롭게도(?) 1위를 차지한 사람은 프리드리히 리스펠트라는 마흔 여섯의 동물사육사였습니다. 이 사람은 심한 변비로 고생하는 수코끼리 슈테판에게 관장약을 스물 두 통이나 투여했다가 슈테판의 배설물을 직통으로 맞고 거기에 묻혀서 숨졌다는군요.

그나저나 이 책을 들자마자 '심근경색' 항목을 펼친 S는 정말 틀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미니어처 워크의 세계(ミニチュアワークの世界)」 (코지마 다카오)
S의 오랜 꿈 중의 하나는, 1920년 에드윈 러트옌즈 경(Sir Edwin Lutyens)이 설계하여 퀸 메리에게 헌정한 현대식 왕궁의 축소 모형을 직접 구경하는 것입니다. 현재 윈저성에 전시되어 있는 이 모형은 1924년부터 대중에게 공개되었습니다. 조지 왕조 시대의 양식인 높이 234cm, 넓이 3.7평방미터의 3층짜리 건물은 무려 150명의 장인들이 세세한 곳까지 완벽하게 제작한 것으로, 소형 모형 건축술의 기적으로 손꼽힙니다. 모든 것은 마치 진짜 집처럼 작동한다죠. 6mm밖에 안 되는 문 열쇠, 700점 이상의 그림과 수채화, 장서 200권, 온수와 냉수가 나오는 은제 수도꼭지, 미니 포도주병이 즐비한 포도주 저장실, 롤스로이스를 포함한 최고의 승용차들과 정비 공장, 정원과 꽃밭... 우리가 궁전에서 보기를 기대하는 것이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옛날부터 S는 미니어처라면 사족을 못 썼습니다. 인형보다도 거기에 딸린 살림살이가 더 좋았어요. 작으면 작을수록, 정교하면 정교할수록 말 그대로 환-_-장합니다. 한 번은 롯데리아에서 어린이 세트에 끼워주는 살림살이 모형이 어찌나 탐나던지 햄버거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눈 딱 감고 세트 시켜볼까 하는 생각을 약 5분간 진지하게 했을 정도입니다. (결국엔 포기했습니다. 햄버거와 콜라의 압박이 너무 심했어요 -_-;;)
자고로 미니어처 부문에서는 일본 친구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지요. 이 책은 일본의 미니어처 장인인 코지마 다카오(小島隆雄) 씨의 아트워크 모음집입니다. 책을 여는 그 즉시 대개 30센티미터를 넘지 않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건물들의 축소판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핫도그 가게, 작은 서점, 코티지, 아이스크림 샵, 꽃가게, 과일 가게. 기막힐 정도로 작고, 황홀할 정도로 정교하며, 코지마 씨의 바짓자락을 붙들어서라도 소장하고 싶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모에해도 수작업 중에서 자신을 갖고 제대로 한다 말할 수 있는 게 손글씨와 타이핑밖에 없는 S로서는 자체 제작은 저-어 먼나라의 이야깁니다만... 아버지, 왜 제게 손재주를 물려주시지 않으셨나요?!

◈ 「세계의 특수부대(世界の特殊部隊)」 (Gakken)
꽤 오래 전부터 지름의 욕망과 두께 대 가격의 비율 사이에서 들었다 놓았다 하며 방황하다, 근 1년을 교보문고 한 구석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걸 핑계로 큰 마음 먹고 질러 버렸습니다. 구입 이유가 오로지 '최정예 전문가들의 특수 부대'라는 코드가 S의 모에심을 퍽퍽 찔러대는 무언의 오라를 방출하기 때문이라면 집필진도 통곡할 노릇이지만 어차피 이 여자, 리비도와 욕망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생물입니다. 어쩝니까, 욕망에는 충실해야죠. (「레인보우 식스」를 대뜸 질러버린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라지요...;)

그나저나 한국의 육군 특수부대가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중얼중얼 불평은 많을지언정 피는 어쩔 수 없는 대한의 딸로서 상당히 뿌듯했습니다.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굴지의 특수부대'입니까. 그렇습니까. (흐뭇)



지질나게 비싼 원서가 두 권 끼여 있어서 지출이 좀 호되었으되 마음만은 뿌듯합니다.
한동안은 읽을거리 고민은 안 해도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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